
운전하다가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저는 늘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길을 비켜줍니다. 몇 초만 늦어져도 누군가의 생명이 달린 상황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 선택이 옳다고 믿어왔는데, 최근 뉴스를 보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병원까지 불과 10분을 남겨둔 구급차가 사고로 전복됐고, 환자가 결국 숨졌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갔더라면’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2025년 12월 24일 보도된 SBS 자막뉴스는 강원도 원주에서 발생한 구급차 교통사고의 전말과, 그 이후 남겨진 법적·제도적 질문을 차분히 짚었습니다.
병원까지 10분 남겨두고 벌어진 충돌
사고는 지난 12월 21일, 강원도 원주의 한 사거리에서 발생했습니다. 구급차는 나무를 자르다 톱에 중상을 입은 50대 남성을 태우고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원주 병원으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충주에서 출발해 약 50분을 달려왔고, 도착까지 약 10분을 남겨둔 시점이었습니다.
사이렌이 울리자 대부분의 차량은 교차로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그러나 4차로에서 달려온 승용차 한 대가 교차로를 빠져나가던 구급차의 후미를 들이받았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구급차는 옆으로 기울며 전복됐습니다. 사고 수습으로 이송이 지연됐고, 환자는 끝내 숨졌습니다.
“사고 없이 왔으면 희망이 있었을 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사고 없이 응급센터에 도착했다면 일말의 희망이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환자는 좌측 옆구리 손상이 심각했고, **1시간 이내에 치료가 이뤄져야 장기 손상을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한 판단 자체는 의료적으로 합리적이었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비극이었습니다. 의료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 위에서 벌어진 단 한 번의 충돌이 생사를 갈랐습니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법의 경계
사고 이후 남은 가장 큰 질문은 법적 책임입니다. 경찰은 조사에서, 신호를 준수한 차량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구급차는 신호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현행법상 구급차는 긴급자동차로 분류됩니다. 긴급한 용도로 운행 중일 경우 신호 위반이나 과속이 곧바로 위법으로 보지 않는 규정은 있습니다. 다만 형사 책임이 면제되는 ‘명시적 면책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형사 책임과 별개로 과실 비율에 따른 민사 책임은 남을 수 있다는 점이 법률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긴급차량 보호, 왜 늘 ‘사후 논쟁’이 될까
이 사건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긴급차량 보호의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긴급성의 증명과 책임의 경계를 놓고 사후 논쟁이 반복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긴급자동차 대응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운전자 교육, 교차로 설계, 신호 체계, 그리고 사고 발생 시의 법적 판단 가이드라인까지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양보했어도 사고는 난다’는 현실
많은 운전자가 사이렌에 길을 비켜줍니다. 하지만 교차로 구조, 시야 사각, 차로별 속도 차이, 그리고 순간 판단의 엇갈림이 겹치면 양보가 곧 안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도 생깁니다. 이번 사고처럼 대부분의 차량이 멈췄어도, 한 대의 차량이 진입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도와 인프라가 안전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사실 확인: 과장도, 단정도 아닙니다
온라인에서는 “구급차가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신호 위반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다만 이번 보도는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하며, 법과 제도의 현실적 공백을 짚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환자의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인지, 기존 외상인지는 수사를 통해 가려질 사안이며, 보도 역시 이를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바꿔야 할 지점
이번 사건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 긴급차량 우선 통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
- 교차로에서의 안전한 통과를 돕는 신호·시설 개선
- 사고 발생 시 책임 판단의 예측 가능성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운전자의 양보를 넘어서 시스템 차원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그날 뉴스는 오래 남았습니다. 병원까지 10분, 그 짧은 거리가 얼마나 길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생명을 살리려 달리던 구급차가 도로 위에서 멈춰 서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안전한 환경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그 변화가 또 다른 ‘10분의 비극’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SBS 자막뉴스
「‘병원까지 단 10분인데’…승용차와 ‘쾅’ 뒤집힌 구급차」 (2025.12.24) - SBS 뉴스 방송 내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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