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휴게소는 잠깐 쉬어가는 가장 안심되는 공간 중 하나였습니다. 화장실도, 음식도 ‘공공시설이니 기본은 하겠지’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가족과 이동할 때면 별다른 의심 없이 휴게소 음식을 선택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접하고 나니, 그 믿음이 과연 당연한 것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2025년 12월 24일 보도된 SBS 8뉴스 단독 보도는 고속도로 휴게소 위생 점검을 둘러싼 충격적인 실태를 전했습니다. 단순한 관리 미흡이 아니라, 점검을 피하기 위한 조직적인 ‘빼돌리기’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위생 점검 앞두고 벌어진 이상한 움직임
보도에 따르면 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는 위생 점검을 앞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낡은 조리도구와 식재료를 휴게소 밖으로 옮기도록 지시했습니다. 이 물품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농기계가 보관된 비닐하우스였습니다.
비닐하우스 내부 바닥은 맨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파를 다듬고 나온 부산물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위생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었지만, 이곳에 프라이팬·냄비 같은 조리도구는 물론 식재료까지 함께 보관돼 있었습니다. 모두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나온 물품들이었습니다.
“점검 끝나면 다시 들여왔다”
더 큰 문제는 이 물품들이 일시적으로만 숨겨졌다는 점입니다.
일부 조리도구와 식재료는 화물차에 실려 휴게소 밖으로 나갔다가, 위생 점검이 끝난 뒤 다시 휴게소로 반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형 냉장고에는 ‘사용 중지’ 스티커를 붙여, 마치 쓰지 않는 시설인 것처럼 꾸며 점검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냉장 보관이 필요한 신선 식재료가 이틀, 사흘씩 외부에 방치돼 상해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고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증언했습니다. 상한 재료는 결국 판매할 수 없어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휴게소 운영업체의 해명, 그리고 엇갈린 증언
휴게소 운영업체는 “위생 점검과 무관하게 시설 개선 과정에서 폐기할 물품을 잠시 보관했을 뿐”이며, 비닐하우스에 있던 물품들은 실제로 폐기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위생 점검 때마다 반복돼 왔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행처럼 진행된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단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점검 시기마다 되풀이되는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믿어야 할 위생 점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이번 보도의 핵심은 특정 휴게소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생 점검이라는 제도가 실제 현장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점검을 앞두고 오히려 ‘보여주기식 대응’이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휴게소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 먹거리 공간입니다. 소비자는 내부 사정을 알 수 없고, 오로지 점검과 관리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보도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무게를 갖습니다.
뉴스를 보고 나서 달라진 시선
솔직히 말하면, 이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휴게소 음식을 크게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생 점검을 피하기 위해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비닐하우스로 옮겼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니, ‘안전할 거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모든 휴게소가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소비자가 당연하게 믿어온 시스템이 항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정리하며
이번 SBS 단독 보도는 고속도로 휴게소 위생 관리의 사각지대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업체의 해명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점검 방식과 관리 구조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것일 겁니다.
휴게소는 ‘잠깐 들르는 곳’이지만, 그곳에서 먹는 음식은 우리 몸으로 들어옵니다. 이번 보도가 계기가 되어, 보여주기식 점검이 아닌 실질적인 위생 관리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SBS 8뉴스 단독 보도
「비닐하우스로 자꾸 들어가더니… 고속도로 휴게소의 비밀」 - SBS 뉴스 기사 및 방송 내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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