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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한국에서 삼성이 나왔지”…영어권 언론이 본 한국 수능 영어, 조롱과 충격의 이유

모율이네 2025. 12. 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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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수능 영어 시험을 둘러싼 논란이 국경을 넘어 영어권 본토 언론까지 확산됐다. SBS 자막뉴스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주요 언론들은 올해 한국 수능 영어 시험을 직접 다루며, 단순한 시험 난이도 논쟁을 넘어 한국 교육 시스템 자체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조롱에 가까운 표현을 쓰기도 했고, 일부는 경외와 놀라움을 섞은 시선을 드러냈다.

먼저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불수능 영어’ 논란을 상세히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불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도가 높았던 올해 수능 영어 문항들을 기사로 다루며, 독자들이 직접 풀어볼 수 있는 온라인 퀴즈까지 제작했다. 단순히 한국 소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영어권 독자들에게 실제 문제를 체험하게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제시한 문항은 총 네 문제였다. 문화와 오락을 결합한 합성어 ‘culturetainment’이 등장하는 24번 문항,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 개념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34번 문항, 시계가 반복적인 자연현상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한다는 개념을 묻는 36번 문항, 그리고 게임·아바타·가상공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복합적으로 설명한 39번 문항이다. 뉴욕타임스는 “맞힐 수 있겠느냐”는 도발적인 표현과 함께 이 문제들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뉴욕타임스는 한국 교육과정평가원 오승걸 원장이 ‘불영어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학 입학 시험은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이는 시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매우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제도라는 인식을 반영한 표현이다.

영국 BBC 역시 이번 수능 영어 시험을 주목했다. BBC는 한국 학생들이 이번 영어 시험을 두고 “고대 문자 해독 같다”, “미쳤다”고 표현했다는 점을 보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와 마찬가지로 34번과 39번 문항을 대표적인 고난도 사례로 들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영어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문제들이 큰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반응이 나온 곳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이다. 39번 문항과 관련해 일부 이용자들은 “현란하고 잘난 척하는 말장난”,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글”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영어권 원어민조차 문장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수험생들이 겪은 혼란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반응은 한층 더 직설적이었다. 텔레그래프는 ‘당신은 한국의 미친 대입 영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이번 수능 영어 시험의 난이도를 다뤘다. 기사에는 독자 참여형 문제 풀이와 함께 다양한 댓글 반응이 소개됐는데, 그중 “이러니 한국에서 삼성이 나왔지”라는 풍자성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표현은 단순한 조롱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가혹하다는 비판이 담겨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런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경쟁력이 탄생했다는 역설적인 평가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권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시험을 치르는 사회라면 인재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과 “언어 시험이 철학·사회학 독해 시험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번 해외 언론의 반응에서 분명히 확인되는 사실은, 한국 수능 영어 시험이 단순한 언어 능력 평가를 넘어 고도의 추상적 사고와 복합적 독해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SBS 보도 내용과도 일치한다. 시험 문항이 일상 회화나 실용 영어보다는 학술적·개념적 독해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다만 온라인에서 일부 확산된 “영어권 원어민도 거의 풀지 못했다”, “전원이 탈락했다”는 식의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뉴욕타임스와 텔레그래프는 문제를 ‘어렵다’고 평가했을 뿐, 전혀 풀 수 없는 시험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또한 해외 언론의 반응은 특정 고난도 문항에 집중된 것이지, 시험 전체를 부정적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짚을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국 수능 영어 시험의 성격을 다시 묻게 한다. 과연 대학 입학을 위한 영어 시험이 어디까지 사고력을 요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수준이 교육의 본질과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해외 언론의 조롱 섞인 반응은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안고 온 입시 구조의 특수성을 외부 시선이 비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이러니 한국에서 삼성이 나왔지”라는 말은 한국 교육을 향한 조롱이자 동시에 인정이다. 극단적으로 높은 기준과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인재가 배출됐다는 평가와, 그 과정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함께 담겨 있다. 이번 해외 언론의 보도는 수능 영어 한 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출처
SBS 자막뉴스 「“이러니 한국에서 삼성 나왔지”…영어권 본토에서 나온 ‘조롱’」 (2025.12.15)
미국 뉴욕타임스 수능 영어 관련 보도
영국 BBC 수능 영어 난이도 보도
영국 텔레그래프 수능 영어 시험 분석 기사

마지막 인사
해외의 시선은 때로 불편하지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국내외 보도를 바탕으로 사실에 근거한 이슈 정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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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영어 불수능 뉴욕타임스 BBC 텔레그래프 한국교육 입시논란 삼성 해외반응 교육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