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SBS 글로벌인사이트 보도를 통해 전해진 미국의 AI 고용 충격과 기본소득 실험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회사 공지 속도보다 빠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동화와 인력 감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한 공포 마케팅이 아니라, 이미 수치와 사례로 확인된 변화다.
아마존은 미국 내 창고 직원 약 60만 명의 업무를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시점도 막연하지 않다. 2030년대 초반이라는 구체적인 시간표가 언급됐다. 메타, 월마트,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와 대기업들 역시 AI 도입 전후로 수만 명 단위의 인력 감축을 이미 단행했다. 이는 일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구 결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현재 기술 수준만으로도 미국 전체 일자리의 약 11.7%가 AI로 대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고, 2030년이 되면 전체 일자리의 약 40%가 자동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특정 산업 하나가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가 재편되는 규모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이 변화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AI가 한국 취업자 일자리의 최대 74%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초기 충격은 청년층, 여성, 사무직, 판매직에 집중되고, 이후 제조업과 전문직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AI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에 비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사례도 등장했다. 우리나라 8대 전문직 중 하나로 꼽히는 회계사 직군이 흔들리고 있다. 업황 침체에 더해 AI 기반 자동 감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신입 회계사 채용이 급감했다. 2025년 기준 회계사 시험 합격자 약 1,200명 중 수습 배정을 받은 인원은 338명,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회계사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 사실은, AI 충격이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라는 개념은 더 이상 철학적 담론에 머물지 않고 정책 실험 단계로 들어갔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10~20년 안에 일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AI가 생산한 부를 사회 전체가 나누는 구조를 언급했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 역시 AI가 만든 가치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며, 전 세계 시민에게 AI 기반 토큰이나 수익을 분배하는 모델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은 미국 성인 모두에게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재원이었다. 앤드루 양은 AI 기업에 대한 과세, 이른바 ‘AI세’ 또는 ‘컴퓨팅세’를 통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역시 정부가 AI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험도 진행됐다. 미국 일리노이주 쿡카운티는 2026년 예산안에 750만 달러 규모의 기본소득 항목을 정식으로 편성했다. 앞서 3,200가구를 대상으로 매달 500달러씩 2년간 지급하는 시험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긴급 지출 해결, 재정적 안정감 증가, 정신 건강 개선 등 사회 안전망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돈을 주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한다”는 우려와 달리, 일자리 포기 현상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정규직 취업률이 높아지는 등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는 사례도 관찰됐다.
AI로 인해 전 세계 GDP가 7~14%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한다.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MIT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기본소득을 ‘정치적 판타지’라고 단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AI 정책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색스는 테크 기업들이 일자리 축소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AI 붐의 이익이 극소수 빅테크 기업에 집중돼 있고, 다수 기업은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 기업의 이익을 전 국민에게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결정적으로 완전 자동화의 시점 자체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I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발전하고 비용도 낮아지고 있지만, 로봇 하드웨어는 여전히 비싸고 느리다는 것이다. 범용 로봇이 20년 안에 대량 상용화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예일대 연구진은 챗GPT 등장 이후 노동시장의 급격한 교란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기술의 파급은 크지만, 그 속도와 방식은 예측보다 복잡하다는 의미다.
결국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AI는 정말 모두를 부자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부가 창출된다면, 그 돈은 누가 갖고 어떻게 나누며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자칫하면 부유층은 고급 인간 서비스를 이용하고, 저소득층은 AI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AI 양극화 사회’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사람들이 정말로 일하지 않는 사회를 원하는지, 그 사회를 감당할 정치·윤리·제도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AI가 만드는 미래는 자동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새로운 복지 국가가 될 수도 있고, 극소수만 더 부자가 되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 성능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규칙을 만들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출처
SBS 뉴스 글로벌인사이트 「“이제 당신은 필요 없다” AI 대재앙…매달 70만 원 뿌릴게 ‘미친 실험’」 (2025.12.14)
미국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기본소득 시범사업 자료
MIT·예일대 노동경제학 및 AI 영향 연구 자료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앤드루 양 공개 발언 및 인터뷰
마지막 인사
기술의 속도에 휩쓸리기보다, 사실과 데이터로 미래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선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검증된 정보와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이슈 정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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