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저녁 무렵 동네를 걷다 보면 예전과는 다른 풍경에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처음엔 바람 소리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갈수록 귀를 찌르는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과 전깃줄을 뒤덮은 시커먼 형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뉴스로만 보던 떼까마귀 현장이었습니다.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놀람’을 넘어 솔직히 말해 ‘두려움’에 가까웠습니다. 그만큼 규모도, 소리도, 분위기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면 반복되는 현상, 왜 하필 도심일까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남 김해 도심에 나타난 새들은 떼까마귀로, 겨울철이 되면 시베리아 등 북쪽 지역에서 월동을 위해 한반도로 이동해 옵니다. 낮에는 김해평야 같은 넓은 들판에서 먹이를 찾고, 밤이 되면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고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도심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도심’이 바로 사람들의 생활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전깃줄 위에 수백, 수천 마리가 빼곡히 앉아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위압적이고, 울음소리는 밤마다 주민들의 일상을 방해합니다. 올해 김해에 도래한 떼까마귀 수는 약 5천 마리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음과 악취, 그리고 배설물 피해까지
떼까마귀가 머문 자리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배설물 피해입니다. 전깃줄 아래 인도와 도로, 건물 창틀, 심지어 주차된 차량까지 하얗게 뒤덮입니다.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위생 문제로 이어지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악취까지 더해집니다.
주민 인터뷰에서도 “창틀과 바닥이 전부 배설물로 덮였다”, “아이들이 맞을까 봐 뛰어서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전선 위에 과도하게 많은 새들이 앉으면서 전선이 처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선이 손상돼 수리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불편을 넘어 안전 문제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쫓아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현실
그렇다면 왜 강력한 조치를 하지 못하는 걸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떼까마귀는 야생조류 보호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포획이나 살처분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현재 김해시는 레이저를 쏘아 도심에서 쫓아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까마귀들이 레이저에도 적응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초음파 장비나 천적 소리를 활용한 퇴치 방법을 검토 중이며,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참고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장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도로 청소를 위해 살수차를 동원하고, 현수막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존이냐, 대책이냐… 남겨진 고민
떼까마귀 현상은 김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부산 화명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돼 왔고, 겨울철이 되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계절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도시 확장과 야생동물의 생존 공간이 겹치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갈등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작정 쫓아내는 것도, 손을 놓고 지켜보는 것도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생태계 보호와 시민 안전, 생활 불편 해소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퇴치뿐 아니라, 까마귀들이 도심으로 몰리지 않도록 하는 중·장기적인 환경 관리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할 시점입니다.
마무리하며
직접 현장을 보고 나니 뉴스 속 장면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여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건 결국 시민들입니다. 김해를 덮은 떼까마귀 사태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앞으로 우리 도시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라봅니다.
출처
- SBS 뉴스, 「“까악” 하늘 뒤덮은 시꺼먼 새떼…악취·배설물에 동네 초토화」, 2026.01.27
- 취재: 박명선(KNN), 김해시청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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